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인 재불(在佛) 작가 한묵(본명 한백유) 화백이 지난 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2세.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한 화백은 국내 추상미술 1세대 작가로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현대미술 태동기에 서구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1950년대 모던아트협회 회원으로 활동한 그는 캔버스라는 회화적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탐구를 제시하며 한국 기하 추상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익대 미대 학부장으로 있던 김환기 화백의 추천으로 1955년 홍익대 교수로 임용됐지만 1961년 사직한 뒤 파리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했다. 그는 1962년 파리 화단의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했던 전위적 성향의 폴 파케티 화랑에서 열린 콜라주 전을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 일본, 미국 등에서 다수의 초청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파리 국립도서관, 파리 유네스코 본부, 홍익대학교 박물관, 아트 선재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