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크기를 키울 건가요?”
유방절제술을 앞둔 미국인 더비 보어(45)에게 의사가 물었다. 절제술 후 이어지는 재건술에서 원래 가슴보다 더 큰 ‘가짜 가슴’을 만들고 싶냐는 뜻이었다. 더 큰 가슴, 특히 ‘실리콘 가슴’을 갖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았던 보어는 즉시 거절했다. 그리고 같은 선택을 한 친구 마리앤느 두퀘테 쿠오조(51)와 웃옷을 벗고 가슴에 난 상처를 드러낸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봉긋한 가슴이 여성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사회에 “가슴이 여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던지자 수많은 여성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자 1면에 유방절제술을 받고 ‘납작한 가슴’으로 서 있는 여성의 상반신 누드 사진을 싣고 “여성들이 유방재건술보다 ‘고잉 플랫(Going flat)’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잉 플랫’은 치료 목적으로 유방을 절제한 뒤 가짜 가슴을 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을 뜻한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그간 여성성을 살린다는 이유로 실리콘 보형물을 집어넣는 재건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재건술을 받은 사람은 10만6000명으로 2000년과 비교해 35% 증가했다. 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80% 가량이 재건술을 택했다.
재건술을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재건술이 “여성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환자들은 “삶을 연장하는데 필수 요소는 아니다”고 반박한다. 2차 감염 위험도 지적된다.
납작한 가슴을 자유롭게 내놓고 ‘고잉 플랫’을 외치는 여성들은 늘어나고 있다. 절제술 이후 재건술을 받았다가 응고 장애를 앓고 다시 보형물을 제거한 파울레테 레파트(50)는 지난 여름 미시시피주 빌록시에서 워싱턴DC까지 웃옷을 벗고 걸었다. 암 환자가 느끼는 재정적 부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유방암을 앓은 사진가 레베카 파인(40)은 해수욕장을 돌면서 절제술을 받은 여성이 가슴을 내놓은 채 수영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플랫 앤 패뷸러스(Flat and Fabulous‧납작해서 멋진)’에는 유방재건술을 거부하는 환자 2000여명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