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반격할 복안을 물은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홈런 작전?” 벼랑 끝에 몰렸지만 낙심하지 않기 위해 농반진반으로 꺼낸 발언이었다. 경직됐던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김경문 감독과 기자들의 웃음으로 잠시 밝아졌다.
김경문 감독에게 남은 카드는 많지 않다. 터질 줄 알았던 중심타선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은 잠잠하다.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나성범은 2안타, 테임즈와 이호준은 1안타다. 박석민은 한 번도 방망이로 공을 때리지 못했다. 서울 잠실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하고 반격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 3차전 홈경기에선 나테이박이 모두 무안타로 부진했다.
믿었던 1, 2선발도 재크 스튜어트와 에릭 해커도 두산의 타선에 무너졌다. 3차전에서 선발로 투입한 최금강이 4회까지 무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벌여 잠시 희망을 품었지만, 5회초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붕괴됐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암담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3연패를 당하고 리버스스윕으로 우승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과거의 전적만 놓고 보면 우승 확률은 0%다. 김경문 감독에게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3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 ‘홈런 작전’을 말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암담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타선의 부활을 애원하는 김경문 감독의 속마음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타격이 잘 안 된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상대 투수가 잘 던진다. 우리 타자들은 에이스 공략법을 잘 세워 4차전부터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스튜어트를 4차전에서 다시 올리는 강수를 뒀다. 김경문 감독은 “상황에 맞게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기 위해서는 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