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2경기 연속 결승포… 두산 한국시리즈 ‘매직넘버 1’

입력 2016-11-01 21:49 수정 2016-11-01 22:27
사진=뉴시스

득점 없이 맞선 5회초. 두산 베어스 타선은 그 전까지 NC 다이노스 선발투수 최금강에게 압도당해 단 1개의 안타도 빼앗지 못했다. 최금강은 두산의 적극적인 배팅을 예상한 듯 초구로 플라이를 유도하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이닝마다 10개 안팎의 공을 던져 연달아 삼자범퇴를 잡았다. 같은 4이닝 동안 투구 수 70개를 넘긴 두산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과는 달랐다. 적어도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두 번째 타석에서 만나기 전까지 최금강의 피칭은 완벽했다.

 5회초 두산의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김재환은 첫 타석과 표정이 달라졌다. 2회초에는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허무하게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방망이를 섣불리 내밀지 않고 원하는 공을 침착하게 골랐다. 투심 패스트볼 초구는 스트라이크. 이후 연달아 들어온 시속 120㎞대 포크볼 2개는 모두 볼이었다. 그리고 기다린 공이 4구째에서 들어왔다. 시속 139㎞짜리 평범한 패스트볼이 몸 쪽으로 높게 날아왔다.

 김재환은 작심한 듯 이 공을 퍼 올렸다. 빠르게 쭉 뻗은 타구는 115m를 날아 외야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김재환의 솔로홈런. 정규리그를 포함해 올 시즌 39번째이자 한국시리즈 2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앞서 4회초까지 잠잠했던 두산의 타격에 불을 붙였다. 두산은 같은 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의지와 허경민의 연속 2루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의 주인공은 단연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은 정규리그에서 두산의 중심타자로 위용을 떨쳤다. 37홈런 124타점 타율 0.325로 거포 이미지를 굳혔다.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몇 가지 우려도 있었다. 부족한 가을야구 경험, 포수에서 좌익수로 전향한 수비보직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김재환은 보란 듯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외야 왼쪽까지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새로운 ‘왕조’를 수립하려는 두산의 거침없는 행보의 선봉장이다.

 김재환은 2011년 야구월드컵 도핑테스트에서 애너볼릭 스테로이드가 검출돼 5년 동안 따라다닌 ‘약물’ 딱지와 작별도 예고했다. 제 실력을 발휘해도 비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되돌리고 싶은 과거를 지울 방법도 없었다. 야구선수로서 매 경기에 집중하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고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평생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를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묵묵히 제몫을 수행한 결과다.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NC를 5대 1로 격파한 한국시리즈 2차전은 그야말로 김재환의 독무대였다.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뿜었다. 8회말 NC의 외국인 에이스 에릭 해커를 상대로 터뜨린 솔로포는 이 경기의 결승타였다. 그렇게 두 경기 모두 자신의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김재환의 결승 홈런과 7⅔이닝을 3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보우덴의 호투를 앞세워 NC를 6대 0으로 제압했다. 두산의 3연승. 두산은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한국시리즈 통산 5번째이자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할 수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이제 1패만 당해도 우승을 놓치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무려 136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 11개를 잡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승전한 보우덴 역시 3연승의 주역이었다. 보우덴은 한국시리즈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마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