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흉흉하니 대작 풍년일세” 풍자 시·소설 속출

입력 2016-11-02 00:05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인터넷에서 ‘풍자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고려대 학생이 쓴 한시와 연세대 학생이 올린 고전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트위터에선 ‘#대통령하야’ 등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한창이다.


고려대 사학과에 다닌다는 학생은 지난달 31일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라는 제목의 한시를 올렸다. 이 한시는 ‘근혜가결국 謹惠家潔國(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해내시어타 該奈侍於他(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로 시작해 ‘사년분탕질 赦撚分宕質(뒤틀린 본분과 방탕한 자질도 용서하며)/대한민국은 對寒民國恩(빈한한 백성에게 나라의 은혜를 베풀어)/제정사회다 諸丁士會多(모든 장정과 선비가 모여드는구나)’로 끝난다. 한자 뜻풀이로 시국을 걱정하고 한탄하는 내용인 동시에 한글 음으로도 현재 사태를 풍자하고 있다.

박공주헌정시.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달 30일 연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소설 ‘공주전’도 화제다. 고전소설 문체를 차용한 이 소설은 각종 의혹을 해학적 표현으로 풀어냈다. 무당이 자신에게 현혹된 공주를 보며 ‘인제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여’라고 하는 말하는 장면 등이 회자되고 있다.

공주전. 연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에선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각종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런데순실이는요?’ 등의 해시태그가 등장한데 이어 최근 ‘#박근혜하야’ ‘#최순실처벌’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패러디 사진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움짤’(움직이는 사진)에는 ‘조선에서는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라는 설명이 붙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사진에는 ‘무당이 뭐냐면 말이지’라는 글이 달렸다.


현재 사태를 빗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쏟아지고 있다. 구글 앱스토어에서 ‘순실’을 입력하면 ‘순실이 닯 키우기’ ‘순실이 빨리와’ ‘순실런’ ‘순siri’ 등의 앱이 검색된다. 앱 리뷰 게시판에는 ‘우주의 기운이 쏟아져 나도 모르게 앱을 다운로드했다’는 평가 글이 가득하다.

서강대 전상진 사회학과 교수는 1일 “해학과 풍자는 전근대적인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에 직면한 우리 네티즌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