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가 거대한 역사적 사실을 실험적 방법으로 직조해낸 혁명적 서사시라면 동방의 연가는 괴테, 실러, 브라우닝, 세익스피어를 관통하는 감성 미학적 ‘서정 극시’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 무의식 속에 잠자는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순수를 위한 동경, 동심으로의 회귀, 그 오랜 기억과 잃어버린 자아를 향한 존재론적 갈망을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인간을 향한 애정과 연민, 연약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고뇌를 보여준다. 동시에 아픈 영혼의 치유, 병든 심성의 회복을 탐색하고 있다. “우리에겐 누구나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늘 가슴 속의 그 아이를 그리워한다!” 시집 목차를 살펴보면 ‘시놉시스’ ‘남자 A와 여자 C의 이별’ ‘나비와 111편의 시’ 등이 눈에 뛴다.
작가는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대한민국 문학예술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도서출판 ‘미래성’ 刊, 1만7000원.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