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예언자적 전통 망가지고 있다” 정병준 교수가 말하는 최태민·최순실 사건

입력 2016-11-01 15:44
“최태민 최순실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한번 보세요. 이건 한국교회가 먼저 비판했어야 할 영적 문제였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종교적으로 결속돼 있는 문제를 교회가 못 봤다는 겁니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는 1일 "한국교회가 보수진보라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고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이교도적인 이데올로기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회사 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정권에 무조건적인 우호 입장보다는 권력을 감시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장신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석사, 호주 멜버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회사학자다. 세계선교협의회(CWM) 이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에큐메니컬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어 에큐메니컬 소장파 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업은 최태민씨가 기독교에 검은 손길을 뻗친 것은 아마도 엑스플로 74대회를 보면서 ‘기독교를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런 이유로 대한구국선교단 단장에 끌어들인 강신명 목사는 한경직 목사 다음으로 당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최고의 교계지도자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74년 육영수 여사 암살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으로 공개석상으로 끌어들인 최씨는 박 대통령이 공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면서 “최씨는 이때부터 반공과 결합된 기독교를 앞세워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진보 기독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대지점에 서 있었다”면서 “그런데 보수 기독교는 반공을 외치며 박정희 대통령을 도왔다. 반공주의와 결합된 기독교는 베일에 쌓여있던 최태민이 이단인지, 사이비 종교인지 의심하지 않은 채 함께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번 사건은 보수나 진보의 진영논리가 아닌 영적 문제며, 한국교회를 향한 경고”라면서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얼마나 무지하고 분별력이 없었는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대통령이 사과하기 바로 전 개헌지지 성명서를 내는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80년까지 민주화를 외쳤던 진보 교계도 이후 권력에 기대서 단물을 빨아먹었으며, 지금도 에큐메니컬 마피아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결국 한국교회가 진영논리에 빠지다보니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교회가 하나님의 역사를 정치권력 속에서 바라보려고 했던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처럼 치열한 좌우 대립의 상황 속에서 튀어나온 영적 문제이다. 신학적으로 봤을 때 사울이 무당을 통해 사무엘의 영성을 불러낸 사건과 비슷하다”면서 “교회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패러다임이 아닌 통합적인 성경적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 그럴 때 물질 권력과 결합된 이교도적인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건 때문에 정신적·영적으로 허탈해 하고 있다”면서 “예리한 예언자적 종교성이 망가진 한국교회는 미스바의 회개운동, 바벨론 포로이후 이스라엘 공동체의 재건운동처럼 죄를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힘 있는 자들, 정치권력에 휘말리거나 정치와 쉽게 타협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는 통전적인 신학의 문제”라면서 “교회가 정신을 차리고 망가진 예언자적 전통, 통찰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신학교, 기도원, 청년층으로부터 회복의 ‘샘물’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