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 모(38·남) 씨는 최근 구안와사를 겪고 치료 중에 있다. 최 씨는 10월 프로젝트 업무가 있어 연일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강행하면서까지 일에 임했는데, 일교차가 크다보니 감기에 걸리게 됐다. ‘감기 정도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일을 계속하던 그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입이 돌아가고 근육이 마비됐음을 알게 됐다. 인근 한의원을 찾아 받은 진단은 구안와사. 갑작스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누적, 거기에 풍한(風寒)의 노출로 쇠할 대로 쇠해진 몸에 급성으로 병이 찾아온 것. 다행히 최 씨는 발병 초기 내원해 순조로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로 건강관리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입돌아가는 병’으로 알려진 안면마비 질환 구안와사에 대한 주의가 요해지고 있다.
최근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를 맞아 아침과 낮 사이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일교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며칠 전부터 때 이른 추위까지 찾아온 상태로,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 기준 서울의 아침온도는 영하 2도를 기록했으며, 낮 최고 기온은 8도다.
이처럼 갑작스런 추위와 큰 일교차는 우리 몸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한기(寒氣)가 체내에 침투하고, 급격 기온변화에 체내 자율신경계의 교란이 발생해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 외부 사기(邪氣)의 침투에 대항해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기제인 면역력의 저하로 이어지게 돼, 각종 병증에 노출되기 쉬워지는데, 이때 유병하기 쉬운 병중 하나가 바로 ‘안면마비 질환’ 구안와사다.
와사풍, 구안괘사, 안면신경장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구안와사는 병변의 위치에 따라 크게 중추성 구안와사와 말초성 구안와사로 나뉜다. 또 발병 기전에 따라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와 별다른 기저질환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구안와사 환자의 7할 정도가 상기 최 씨의 사례처럼 특발성으로 나타나는 구안와사(벨마비)다.
매해 적지 않은 인원이 안면마비 질환 구안와사를 유병하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구안와사로 인한 유병환자 수는 약 19만5천명, 지출 진료비는 약 580억이었다. 특히 과거 면역력 저하 현상이 두드러지는 노년층의 주된 병으로 인식됐던 것과 달리 연령대로 보면 30-50대 사회활동인구의 유병비율이 54.3%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60세 이상은 37.3%, 30대 미만은 8.4%다.
단아안한의원 구로점 이상진 원장에 따르면 이런 구안와사는 7번 뇌신경인 얼굴신경의 이상으로 생기는데, 구안와사 발병시 주요한 증상으로는 △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한쪽 입 옆으로 흘러내리고, △ 눈을 감고 뜨는 것이 어려우며, △ 귀뒤쪽통증이나 귀의 통증이 유발되고, △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을 수 있으며, △ 혓바닥이 코팅된 것과 같으며 미각을 소실, △ 안구건조증과 구강건조증 등이 있다.
만일 어느날 갑자기 상기한 증상이 보인다면, 구안와사를 의심하고 전문 의료기관에 내원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 치료 적기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병증을 바로 잡고 구안와사후유증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
이 원장은 “한의원 임상겸험과 각종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구안와사 발병 후 초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치료 1-2주 내에 호전을 보이고 대부분 4주 이내 완치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초기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도중 중단한다면 구안와사가 재발하고 구안와사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며 “이렇게 구안와사가 재발하거나 구안와사후유증으로 찾아온 경우 치료 기간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증상 발현 초기 빠른 내원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에 대해 드러난 병증을 바로 잡고, 저하된 체내 기능을 끌어올리도록 맞춤형 한약, 정안침 요법, 매선요법 등 내치(內治)와 외치(外治)를 병행해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므로,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통한 스트레스와 피로도 감소, 적정한 실내외 온도차 유지, 기온을 고려한 옷차림 등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