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사건 재수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6% 포인트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NBC뉴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47%, 트럼프의 지지율은 41%로 나타났다. NBC뉴스가 1주일 전 발표한 여론조사 당시(클린턴 46% vs 트럼프 41%)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지율 격차가 미세하게 더 벌어졌다. FBI가 재수사 방침을 밝힌 날은 27일이었으며 이번 조사는 24~30일 실시됐다.
응답자의 55%는 ‘FBI의 이메일 재수사가 중요한 이슈’라고 답했다. 44%는 ‘FBI 수사는 선거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FBI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지정당별로 크게 달랐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유권자 중 93%는 ‘중요한 이슈’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83%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이날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차이가 1% 포인트로 나타나 전날과 같았다.
수사재개를 결정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게 민주당의 불만이 폭발하는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인사도 코미 국장 비판에 가세했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알베르토 곤잘레스는 CNN에 출연해 “FBI국장이라면 민감한 시기에 실수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코미 국장이 수사재개를 알리는 편지를 의회에 보낸 것은 판단 미스”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윤리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뉴욕타임즈에 기고문을 싣고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FBI가 공개적으로 수사를 재개해 특정 대선후보가 수사 대상이라고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은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달갑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코미 국장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갖고 수사재개를 밝힌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코미 국장을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FBI는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이자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앤서니 위너의 컴퓨터에서 찾아낸 이메일 수만 건을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만일 기밀을 포함한 새로운 이메일이 나올 경우 클린턴이 의도적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반면 기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이메일과 중복된 내용일 경우 FBI가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의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BI의 재수사가 선거 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