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는 시월의 마지막 밤인 31일 저녁에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사학과 학생이 썼다는데 그 깊이와 운율, 그리고 정취가 심상치 않습니다.
제목은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입니다. 한시이지만 어려운 한자도 있으니 친절하게 한글로도 음과 뜻을 썼군요.
근혜가결국 謹惠家潔國
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
해내시어타 該奈侍於他
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
나라골이참 儺懶骨以斬
게으른 됨됨이는 베어내어 쫓아내어라.
잘도라간다 囐刀喇干多
수많은 칼과 방패가 소리내어 부딪히는데
이정도일준 利精刀一俊
그 중에 날카롭고 예리한 칼 하나가 두드러지니
예상모택다 預相謨擇嗲
미리 서로 모의하여 고개 숙여 아부한다.
파곡도파도 把曲度破道
틀린 법도를 쥐고 도리를 해치니
계속나오내 械束那嗚耐
형틀과 결박에서 어찌 비명이 그치리오.
무당순실이 無當淳實爾
순박하고 진실한 자는 아무도 당할 수 없으니,
사년분탕질 赦撚分宕質
뒤틀린 본분과 방탕한 자질도 용서하며
대한민국은 對寒民國恩
빈한한 백성에게 나라의 은혜를 베풀어
제정사회다 諸丁士會多
모든 장정과 선비가 모여드는구나.
한시도 기가 막히지만 한글로 소리 내어 읽으면 그 또한 뜻이 이뤄지니 묘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페이스북에는 ‘따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 4시간 만에 2400여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240여건이나 공유됐습니다.
네티즌들은 ‘나라가 어지러우니 문학의 기운 또한 샘솟는구나’ ‘시심이 폭발하니 대숲이 풍년일세’ ‘잠시나마 강호의 고단함을 잊게해준 청량시’ 등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시심으로 승화시킨 고려대생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어흥!
페북지기 초이스 관련기사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