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항의하다 분쇄기에 사망… 모로코 시민 ‘생선장수 사건’에 대규모 시위

입력 2016-11-01 00:15 수정 2016-11-01 08:37
모로코 시민 수 천명이 30일(현지시간) 압수된 생선을 돌려받으려다 숨진 생선장수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중동에서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2010년 튀니지 노점상 사건과 비슷해 귀추가 주목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생선장수 무신 피크리(31)는 지난 28일 북부 알호세이마에서 철거 단속 과정에서 숨졌다. 생선을 압수해 없애려는 공무원에 맞서다 분쇄기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생선장수가 어망으로 황새치를 잡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지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 분쇄기 아래 머리와 팔이 드러난 사체 사진이 퍼지면서 수도 라바트 등 모로코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모하메드 하사드 내무장관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 행렬에는 시민 수 천 명이 참가했다. 피크리의 시신이 실린 노란 앰뷸런스가 거리를 지나갈 때 시민들은 깃발을 흔들고 “범죄자, 살인자, 테러리스트”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번 시위는 2010년 노점에서 팔던 물건을 압수당하자 분신자살한 튀니지 과일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를 떠올리게 한다. 부아지지의 자살로 촉발된 시위로 독재자 진 엘 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은 물러났고 시위의 열기는 이집트와 리비아로 확산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