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현대시학' 부정청탁 논란… 편집위원 전원 퇴진

입력 2016-10-30 22:02

잇단 성추문으로 휘청거리는 문단이 이번에는 등단 부정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 전문지인 월간 ‘현대시학’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그 여파로 편집위원 전원이 물러나며 폐간 위기에 놓였다.

30일 문단에 따르면 지난 26일 습작생 이 모씨는 트위터와 인터넷 전자필기장 에버노트를 통해 ‘현대시학’의 등단 과정에서의 부정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2015∼2016년 초반 현대시학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반에서 현대시학의 편집위원인 권혁웅(49) 시인 겸 평론가의 수업을 수강했다면서 권 시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적었다.

이씨에 따르면 권 시인은 2016년 현대시학 상반기 등단자인 A씨와 관련, “이수명(51) 시인이 지도하는 ‘현대시학’ 시창작반 수강생인데, 이수명 시인이 A씨를 등단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홍일표 주간님도 이제는 뽑아주라고 해서 상반기 등단자로 뽑아주었다”고 했다. 또 “주간님도 부탁하시고 이수명 선생이 하는 시 창작 반에서도 등단자가 나와 줘야 그 수업이 운영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권 시인은 27일 오후 답글 형식의 사과문을 트위터에 게재하고 현대시학 편집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권 시인은 지난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등단과 관련해 부정청 탁은 없었다. 이수명 시인은 심사에서 기권했고, 남은 4명(권 시인, 홍일표 주간, 남진우 시인, 조재룡 평론가)이 토론 끝에 표결한 결과에 따라 다른 응모자와 공동 당선이 됐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애초 2015년에 주간 선생님이 잘 쓰는 시인이 있냐고 물어와 ‘주요 문예지 본심까지 오른 잘 쓰는 시인 있으니 한 번 보라’라고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2015년에는 탈락했으나 2016년 재시도해 당선됐다.

 이번 파문과 관련된 권 시인과 이 시인, 홍 주간은 모두 “부정이 개입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하면서도 부적적절한 처신에 책임을 진다며 편집위원과 주간직에서 사퇴했다. 남진우·조재룡 편집위원까지 사퇴의 뜻을 밝히며 현대시학은 1969년 창간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시학은 다음달 4일로 예정됐던 전봉건 문학상과 신인상 시상식도 취소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