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만 캡사이신 사용하겠다” 설득과 협박의 경찰 해산 방송

입력 2016-10-31 00:02 수정 2016-10-31 00:02
사진=비디오머그 캡처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밀치고 폭행을 하면 캡사이신을 사용하겠습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나온 경찰의 집회 해산을 요구한 경고 방송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경찰 추산 1만2000명, 주최 측 추산 3만여명이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리를 점령한 시위대는 “박근혜 하야하라”는 피켓과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애국가를 불렀다.

저녁 8시20분쯤, 서울 종로경찰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인근에 모인 시민들에게 해산하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여러분은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하며 해산을 요구했다.

2년 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상황과는 조금 달랐다. 경찰은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시위대를 설득했다.

사진=비디오머그 캡처

경찰은 방송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더 이상 도로를 점거하거나 폴리스 라인을 훼손하는 행위는 평화적인 시위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경찰의 안내에 따라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을 밀치고 폭행을 하면 캡사이신을 사용하겠다”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안내 방송에 야유를 보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잘 안다면서 해산하라는 건 무슨 논리냐?” “달라진 척만 한다” “여론이 좋지 않으니 경찰도 시민들을 달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시위대와 경찰은 큰 충돌 없이 집회를 마쳤다. 경찰은 현장에 72개 중대, 약 8000명을 투입했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26세 A씨가 연행되기도 했지만 신원 파악 후 바로 석방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