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탁월한 선수 조련과 뚝심으로 대변되는 믿음의 야구로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역대 6번째 800승 돌파 감독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징크스가 있다. 바로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8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우승을 하지 못한 사령탑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까지 포스트시즌에 9차례나 올라왔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준우승만 세 번 했다. 그래서 만년 2인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잘 나가다가도 돌발 악재를 만나 휘청거렸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하늘을 원망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1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김재호가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날렸다. 김재호마저 아웃이 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NC 중견수 김성욱이 공을 쫓다가 뒷걸음질을 했고, 그 사이 공은 잔디 위에 털썩 떨어졌다. 1사 1루가 무사 1, 2루로 바뀌며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NC는 이 실책이 빌미가 돼 오재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성욱은 일몰시간 어둑해진 낮과 밤하늘 사이에 공이 들어가며 타구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놓쳤다.
이런 모습은 2009년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때에도 있었다. 당시 두산과 SK는 연장 10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은 연장 10회초 1사 2루에서 박재상에게 결승 3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당시 박재상의 타구는 우측으로 향했지만 두산 우익수 정수빈이 이를 놓쳤다. 저녁이 돼 경기장이 어두워지자 헤드라이트가 켜졌고, 공이 그 조명불 속으로 들어가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1, 2차전을 모두 이겼던 두산은 이 실책 하나로 3차전을 내줬고, 결국 2승 후 3연패라는 치욕을 당하며 가을무대에서 쓸쓸히 짐을 쌌다.
공교롭게도 2016년 한국시리즈 NC와 2009년 플레이오프 두산의 사령탑은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가을만 되면 악재를 만났다.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김 감독이 지휘한 두산은 잘나갔다. 그런데 2차전에서 대규모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두산 선수들은 극도로 흥분해 더그아웃을 뛰쳐 나왔다. 그런데 그 벤치 클리어링 이후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결국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 2차전을 승리했지만 거짓말같이 4연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가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는 “(처음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그냥 좋은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자꾸 지니까 축제의 무대가 가슴에 상처로 남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30일 열린 2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폭투 때문에 울었다. NC는 8회초 천신만고 끝에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곧바로 8회말 잘 던지던 선발 에릭 해커가 폭투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두산은 이후 흔들린 NC 마운드를 상대로 김재환의 홈런포와 2루타 3방으로 3점을 더 뽑으며 5대 1로 승리했다. 두산은 남은 4경기에서 두 경기만 잡으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반면 완벽히 기선을 제압당한 NC는 무거운 마음으로 마산으로 돌아가게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