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가 30일 제 발로 입국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해외에 머물며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터뷰를 한 지 나흘 만에 자진귀국을 선택한 것이다.
최씨의 급작스런 귀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연일 계속되고, 분노한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최씨가 계속 해외에 머물 경우 박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씨가) ‘이를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최씨의 처지는) 단두대에 올라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씨 귀국과 청와대와의 교감설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최씨를 포함한 이번 사태 핵심 당사자들을 서둘러 불러들여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착수한 29일 최씨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점도 청와대 교감설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비선실세로 지목돼 중국에 잠적 중이던 차은택(47) 광고감독도 이번 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씨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강조한 것도 최씨가 귀국을 선택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수백억대 자산가인 최씨의 재산동결과 여권무효화 조치 등을 언급하며 최씨를 압박해 왔다.
최씨가 검찰 수사에 맞설 나름의 ‘계산’이 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씨는 이 변호사를 통해 “건강이 안 좋아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검찰 소환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이 변호사도 최씨의 입국이 그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범죄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나름대로 해명할 건 해명하고 인정할 건 인정할 것”이라고 해 검찰과 치열한 법리다툼도 예고했다.
민간인 신분인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적용 가능한 범죄혐의는 군사기밀 수집, 뇌물 수수, 횡령·배임죄 등이 거론된다. 법조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돈이 독일 비덱과 더블루케이에 유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최씨는 업무상 횡령·배임죄 공동정범(공범)이 된다”고 밝혔다. 최씨가 군사·외교·대통령 보고자료 등 청와대 문건을 입수한 행위도 사실 관계에 따라 공범이나 교사(敎唆)범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과정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각 기업들의 대가 관계가 인정될 경우 최씨 역시 ‘포괄적 뇌물수수’ 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 또 최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비덱과 더블루케이 등을 통해 재단 자금을 빼돌렸다면 업무상 횡령·배임죄의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외환관리법 위반 등 추가적 불법 행위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씨가 태블릿 PC를 통해 청와대 문건을 받아본 행위는 ‘기밀 수집·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최씨는 “(태블릿 PC)는 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씨 소유로 볼만한 단서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수상한 총알 입국’ 최순실, 이미 계산 끝냈나
입력 2016-10-3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