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에 ‘최순실 사태’를 풍자하는 자막들이 대거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김태호 PD가 작정했다”는 반응이다.
2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선 러시아 우주센터로 가기 전 멤버들이 무중력 적응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멤버들은 물구나무를 선 채 음식을 먹고, 헬륨가스를 채운 풍선을 몸에 매다는 등 황당한 실험을 해 시청자를 웃게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자막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박명수가 김태호PD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선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정작 들었어야 할 분은 딴 얘기 중’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멤버들이 알록달록한 헬륨가스 풍선을 몸에 달고 날아오를 때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오방낭’ 파일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또 박명수가 “온 나라가 다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라고 말하자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라고 자막으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태호 PD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한도전’을 통해 정치·사회 문제를 풍자했다. 그는 2014년 미디어몽구와의 인터뷰에서 “예능이라고해서 시사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나 ‘달리 보기’를 넣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웃으며 이해하면 더 쉽다. 같이 고민해보고 싶은 문제들을 다뤄왔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