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럽칼새(common swift)가 한번 날아오르면 최장 10개월간 한번도 땅에 내려오지 않고 공중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중에서 먹고 자는 것은 물론, 심지어 교미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회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연구진은 2년 전 아프리카에 사는 유럽칼새 19마리에 작은 기록장치를 매달았다. 그 사이에 유럽칼새는 7~8월에 번식지를 떠나 이듬해 봄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2차례 반복했다. 그런데 기록장치를 확인했더니 19마리 중 3마리는 번식지를 떠나면서 돌아올 때까지 10개월 간 한번도 착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새들도 악천후 때문에 비상착륙을 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수개월 간 장기비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럽칼새의 이같은 연속비행은 기존 고산칼새(alpine swift)의 6개월 연속비행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유럽칼새의 장기비행이 학계에 소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처럼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유럽칼새가 낮 동안에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 열풍을 이용해 3000m 이상 높이 날아올랐다가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없이 천천히 하강비행하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날개가 길고 활처럼 완만하게 휘어져 있는데다 몸체도 얇고 길쭉해 비행하기도 좋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유럽칼새는 수명이 20년 정도로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중에 머물기 때문에 평생 비행하는 거리가 지구와 달을 7차례 왕복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