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속속 확인되면서 국민 여론은 폭발하는 상황인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정 최고의 컨트롤타워의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국정쇄신 등 공식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숙고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수습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씨 사태 수습방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인적 쇄신을 포함해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께서 굉장히 큰 충격에 빠진 것 같고, 그래서 (청와대는) 송구한 심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등 참모들로부터 여러 수습방안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당초 예정됐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과의 오찬 간담회를 취소했다. 청와대 내부행사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간담회는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며 “조만간 행사가 다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오후 미얀마 하원의장 접견,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은 예정대로 소화했다. 청와대는 다음주 박 대통령 일정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일단 내주 초 이원종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5~6명을 교체하는 등 참모진 개편과 함께 추가로 대국민 사과 및 보좌시스템 개선 등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른 관계자는 인적 쇄신 시기에 대해 “인사 교체는 새로운 인물 검증 등 시간이 약간 필요하다”면서도 “국민과 당의 요구에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선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 아래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수석실 별로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공직기강 감찰 등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해왔지만 이번에는 민정수석실은 배제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