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28일 오전 9시47분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멈춰섰다. 차 문이 열리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내렸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대기업들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두 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한 경위, 재단 설립 및 운영 과정에 최순실씨나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두 재단을 설립했다고 주장하며 최씨의 개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입은 다문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이 기다리는 포토라인 앞에 섰다. 질문이 쏟아졌다.
“아직도 모금 과정이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시느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요구를 받았다는 기업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부회장님하고 최순실씨 무슨 관계에요. 최순실씨 보신 적 있으세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이 부회장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예민한 질문이 던져졌다.
“최순실씨가 두 재단에 관련됐다는 사실 아셨습니까.”
“…”
“두 재단 실소유주가 최순실씨 아닙니까.”
“…”
“주로 안종범 수석과 연락하신 것 맞습니까.”
“…”
“청와대 혹시 연락 받은 것 있습니까.”
“…”
“전경련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 부회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울중앙지검 정문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