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박근혜는 최 목사에게 철저하게 속고 있으니 빨리 구출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근령씨와 박지만 EG회장이 노태우 대통령 부부에게 보낸 탄원서가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A4용지 12장에 달하는 이 편지에서 최태민 목사에 대한 내용은 5장 분량에 이른다. 당시 이 자료는 2007년 오마이 뉴스가 입수해 보도했다.
오마이 뉴스가 공개한 편지에서 박 이사장은 "(최 목사는) 순수한 저희 언니에게 교묘히 접근해 언니를 격리시키고 고립 시킨다"며 "이번 기회에 언니가 구출되지 못하면 언니와 저희들은 영원히 최 씨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장난에 희생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우리의 소중한 언니를 잃고 싶지 않지만 저희들에게는 힘이 없다"며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각하 내외분 뿐"이라고 호소했다.
박 이사장은 노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최 씨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언니인 박근혜의 청원(최태민씨를 옹호하는 부탁 말씀)을 단호히 거절해 주시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묘안이 없을 것 같다"며 "그렇게 해 주셔야만 최 씨도 다스릴 수 있다고 사료되며 우리 언니도 최 씨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이사장은 "각하 내외분께서 언니인 박근혜를 만나 주신다면, 이 점을 최 씨가 교묘히 이용해 우리 언니를 자기의 손아귀에 넣고 그 막강한 힘을 오히려 저희 유족 탄압에 역이용 할 것"이라며 "언니의 말 한마디면 최 씨는 어떤 위기도 모면할 수 있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구출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작성했다.
또한 박 이사장은 최 목사의 금전 편취는 언니 박근혜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 목사는) 유족이 핵심이 된 각종 육영사업, 장학재단, 문화재단 등 추모사업체에 깊숙이 관여해 회계장부를 교묘한 수단으로 조작하여 많은 재산을 착취했다"며 "지금은 서울 강남 및 전국에 걸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문의 글에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글이 편지 내용에 실려 있다.
"(최 목사는) 경비원을 언니에게 붙여 우리 형제들과 완전히 차단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형제들은 서로가 지척에 있으면서도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들을 수 없으며 전화 대화마저도 못하는 실정이다.“
"최 씨는 부모님의 유덕을 기리는 기념 사업회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고 이름만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기념 사업회'이고 실제 내용은 최태민 기념사업회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언니 박근혜가 대표 이사권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 그 배후에서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 금전 편취나 비리 관한 사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면 되지만, 부모님의 명예 훼손은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다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1974년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피격 사망 이후 최태민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태민 씨는 당시 대통령의 영애였던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고 계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통령은 최태민이 설립해 총재를 맡은 ‘구국여성봉사단’에서 명예총재 자리를 맡았다. 최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각종 비리 혐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 목사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보고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애를 불러 관계를 끊으라고 지시했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 증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울면서 최태민의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비선 실세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 목사의 딸 최순실씨를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소개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