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 국경지대에 냉전 이후 최대규모 전력배치, 러는 발틱함대 강화

입력 2016-10-27 16:25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유럽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무력증강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나토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 전력 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발틱함대 전력 강화에 나섰다. 양측은 러시아 항공모함의 스페인령 항구 기항 문제를 놓고서도 마찰을 빚었다. 대치가 격해지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서 영국은 특수군 800명을 에스토니아에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루마니아에는 주력 전투기 ‘타이푼’을 배치키로 했다.

 미국 역시 당장이라도 전투가 가능한 특수군 900명을 폴란드에 주둔시키기로 했다. 다른 동유럽국에도 탱크, 야포를 배치한다. 독일은 400~600명을 리투아니아에, 캐나다는 450명을 라트비아에 파병키로 했다.

 프랑스, 덴마크 등 다른 회원국이 파병을 약속한 병력까지 합하면 모두 4000명의 특수전력이 내년 상반기까지 러시아 국경지대에 새로 배치된다. 특수군 4000은 후방에 있는 기동타격군 4만명의 지원을 받는다. 북‧동유럽 국경지대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33만명이지만 나토군은 강력한 화력으로 무장한 특수군이어서 상당한 억제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나토의 전력 배치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해의 휴양지인 얄타의 정치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나토의 이런 방침은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서 무력증강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달 초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에 신형 전술미사일 이스칸데르(Iskander)를 배치했다. 사거리 700㎞인 이 미사일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물론 독일도 사정권이다.

 러시아는 또 발틱함대의 전력 증강을 위해 전함 2대를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발트해에 추가배치했다고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보도했다. 함정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거리 1500㎞의 크루즈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발틱함대 지상기지에도 사거리 300㎞의 지대함미사일이 새로 배치됐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가 러시아 항공모함 쿠즈네초프 전단의 지중해 스페인령인 세우타항 기항을 막아 양측의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 북해에서 시리아로 향하던 이 항모 전단은 급유를 위해 28일부터 4일간 기항할 예정이었다. 당초 지난달 스페인과 합의됐지만 나토가 시리아의 민간인 공격용 항모라며 반대했고, 러시아가 결국 기항 포기를 발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