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족 구해 달라" 탈북자·일본인 인신구제 청구, 법원 각하 결정

입력 2016-10-26 09:30 수정 2016-10-26 10:01
탈북자와 일본인이 ‘북한에 갇혀 있는 가족들을 구해 달라’며 우리 법원에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신보호 청구의 첫 사법적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탈북자인 안모(47)씨와 박모(30·여)씨가 청구한 ‘인신보호’ 요청을 각하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안씨 등은 “가족들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7국에 의해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위법하게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재판의 관할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인신보호법에는 구제청구자의 주소 등을 관할하는 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관할권이 없음이 명백하고 달리 사건을 이송할 다른 법원도 없다"고 밝혔다.

인신보호법 4조는 ‘구제청구를 심리하는 관할 법원은 피수용자 또는 수용시설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지원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정 판사는 “북한에 수용돼 있는 사안의 경우 인신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심리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만일 이 사건에서 피수용자의 석방을 명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재판의 실효적 집행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 판사는 일본인 A씨(74)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강제 북송된 재일동포와 일본인 등 9만3340명 중 생존자와 친인척 등 북한과 조총련에 의해 북송된 관련자 전원의 인신을 보호해 달라”고 낸 청구도 각하 결정했다.

정 판사는 “제출한 자료만으로 피수용자의 성명 및 수용 장소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인신보호법에서 정한 법정대리인, 배우자, 형제자매 등 구제청구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