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여당이 (최순실씨 관련 예산 삭감에) 반대하면 표결을 통해서라도 털어내겠다”고 밝혔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힘을 분명히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예결위원장인 김 위원장은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비선실세 예산’ 전액 삭감 방침을 ‘정치정잼화’라며 강력반발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치쟁점화가 아니라 이미 정치쟁점이 되어버렸다. ‘최순실 예산’이 왜 문제인지 국민이 다 알아버렸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정부 사업을 따면 그 사업을 시행하는 최씨 회사가 따로 있다. 결국 정부 예산으로 최씨가 사업하는 것이고, 누가 이권을 챙기는지 보면, 국민 세금으로 최씨 사업에 뒷돈을 대준다는 것이 이미 박혀진 것 아니냐”
김 위원장은 국회 전 상임위원회 예산안 심사에서 최씨 관련 예산을 샅샅이 찾아내고, 여당이 반대하면 표결을 해서라도 삭감해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순실 예산’ 삭감은 정치쟁점화가 아니라 국정조사나 사법처리해야 할 일이지만, 국회는 이 예산들을 삭감할 수 있고, 새누리당이 정 반대한다면 표결을 해서라도 확실히 정리하려고 한다. 모든 상임위 예산 심사에서 관련 예산을 샅샅이 찾아내 최씨 예산을 털어낼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 시작 때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는 국회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만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지만 막상 국감이 시작되고 나니 외통위(외교통일위),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에도 다 등장하지 않았나”
19대 국회 내내 진통을 겪었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논쟁도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겠다고 했다.
“이번엔 반드시 누리과정 예산 끝장을 봐야겠다.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하고, 원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기 위한 예산도 확보하겠다.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현재보다 최소 1% 이상 인상하면 된다. 그러면 1조원이 증액되니까 ‘룸’이 생길 수 있다. ‘교육특별회계’로 누리과정 예산을 대겠다는 정부 방침은 결국 지방교육청 돈을 뜯어가겠다는 얘기라 동의할 수 없다. 3당 정책위의장과 기재부장관, 교육부장관으로 구성된 ‘5자 협의체’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만났다. 왜 안 만나려는지 모르겠다. 이러다보면 결국 정부는 몰아치기로 ‘이거 할래, 안 할래’라면서 국회를 강압하려 하는건데, 이건 국회 예산심의 의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정부가 이번 예산안을 여야 협치를 통해 하려는지 의심스럽다”
김 위원장은 법인세 정상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세입과 관계된 부분이라 정 의장과 기획재정위가 결정할 사항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박근혜정부는 돈 안 벌어오는 남편 같다. 돈은 안 벌어오면서 주부에게 아껴쓰고, 부족하면 빌려 쓰라고 얘기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자녀세대에 ‘빚 살림’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나. 내년에도 국가부채가 38조원이 늘어나고 재정수지도 28조원 정도 나빠진다. 정부가 내년 세법개정안 내용을 가져왔는데, 발전용 무연탄 개별소비세를 인상해 2500억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내년에 세수가 또 줄어든다. 남편이 돈을 벌어와야 집에서 살림을 하는데, 지금 구조는 남편이 돈은 안 벌어오면서 아내에게 ‘알뜰하게 살아보고, 안되면 빚 얻으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얘기하는 법인세 정상화도 과표구간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 해당하는 기업은 전체의 0.1%다. 게다가 박근혜정부 들어서 법인세 세수는 떨어지고 소득세 세수는 계속 올라가 소득세와 법인세 간 차이가 20조원 정도 된다. 회사원들의 유리지갑 털어 재벌 대기업 깎아주는 것만 한 것이다. 앞으로는 이대로는 안된다”
김 위원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당의 ‘발목잡기’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경고했다.
“정부·여당이 고집을 부리면 12월 2일 본회의에는 정부 예산안 원안이 올라간다. 그러면 부결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통과되는 것은 수정안 뿐이다. 정부와 여당이, 그리고 야당이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 시한은 절대 못 지킨다. 종합예술을 하듯 서로 정교하게 협상하면서 양보하고 동의하고 합의해줘야 한다. 야당도 자기 주장을 100% 관철시키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정부도 벌써부터 ‘준예산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를 협박해서 좋을 게 없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