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투자기업이 6억7000만 달러(약 7500억원)에 독일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 했으나 독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중국 푸젠 그랜드 칩 인베스트먼트(FGC)의 아익스트론 인수허가를 철회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산업에 중국 입김이 세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티아스 마흐닉 독일 경제부 부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만든 허가서를 폐기하기로 했다”며 “이전에는 받지 못한 보안 관련 정보를 받은 뒤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익스트론 주가는 13% 떨어졌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보호무역론자의 반발이 있었다고 FT는 분석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이미 외국 자본의 유럽연합(EU) 기업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다. 주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함부로 팔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도 EU에 속하지 않은 투자자가 독일 기업의 주주의결권 25%를 가질 경우 독일 정부가 검토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해당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독일의 공공질서와 안녕을 위협할 경우 의결권 제한도 가능하다.
독일 경제부는 홈페이지에 “국가 위기상황에서 안정적 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통신·전기사업은 외국자본의 인수합병을 더 정밀히 조사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다른 국가도 중국의 투자에 회의적이다. 지난 1월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고 스케일(Go Scale)'은 LED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 투자를 금지 당했다.
독일에서 중국 투자자본에 경각심이 커진 것은 중국의 가전기기 업체 미데아 때문이다. 지난 5월 미데아가 독일 로봇제조업체 쿠카를 45억 달러(약 5조원)에 사들이면서 독일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쿠카는 독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개발업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