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홍콩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영국 출신 부유한 20대 금융인이 자신의 호화 아파트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2명을 고문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이 과정을 찍은 아이폰 동영상은 너무 끔찍해 법정에서조차 방청객에 공개되지 않고 별도의 방에서 상영됐다.
25일 CNN방송에 따르면 2014년 11월 1일 새벽 루릭 저팅(당시 29세)이 경찰에 전화를 걸어 완차이 소재 자신의 아파트로 와달라고 했다. 경찰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저팅은 “당연히 나쁜 일이겠지?”라고 말했다.
저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홍콩 지점에 근무하고 있었다. 경찰은 저팅의 아파트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의 사체를 발견했다.
이들은 수마르티 닝시(23)와 세넹 무지아시(26)였다. 둘 다 신체가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한 명은 여행가방에 담겨 있었다.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 24일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저팅의 아이폰에서 찾아낸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성폭행, 고문, 살해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저팅은 성관계 대가로 많은 돈을 주겠다고 꼬드겨 닝시를 아파트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사흘 동안 닝시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고문한 뒤 살해했다.
저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문용으로 펜치, 망치, 플라스틱 끈, 사포를 구입한 뒤 무지아시를 집으로 불렀다. 무지아시는 고문 도구를 보고 질겁해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려 했지만 결국 살해됐다.
첫 번째 희생자 닝시는 일곱살배기의 엄마였다. 그의 사촌은 “닝시는 평범한 인도네시아 여자였다. 다른 많은 사람처럼 가난한 가족을 먹여 살리러 홍콩에 왔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저팅은 고의성이 없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은 최소 3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