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명투수 조련사 된 ‘현대 왕조’의 마지막 기둥

입력 2016-10-25 17:09 수정 2016-10-25 17:10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만년 꼴찌. 월드시리즈 마지막 우승 1948년. 시카고 컵스(19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우승하지 못한 팀. 바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다.

 올 시즌은 달랐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94승67패(승률 0.584)로 우승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단 1패만을 당했을 뿐 8할대(0.875)의 높은 승률로 월드시리즈까지 질주했다. 1997년 이후 19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 그 중심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리빌딩 전문가’로 손꼽히는 투수코치 미키 캘러웨이(41)가 있다.

 캘러웨이는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2009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하지만 투수의 구종을 교정하고 구위를 높여 메이저리그로 하나둘씩 보내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캘러웨이에 대한 칭송은 결국 테리 프랑코나(57)의 귀까지 들어갔다. 프랑코나는 2013년 클리블랜드 사령탑에 오르면서 캘러웨이를 불러 면접하고 투수코치로 전격 발탁했다.

 투수코치로 부임한 첫 해부터 클리블랜드의 2년 묵은 골칫거리를 해결했다. 삼류투수로 전락한 우발도 히메네스(32·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1대 1로 붙잡고 구질을 교정해 재기시켰다. 바로 전 시즌까지 승보다 패가 2배나 많았던 히메네스는 2013시즌 13승9패 평균자책점 3.30을 찍고 클리블랜드의 핵심 투수로 올라섰다. 히메네스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그 다음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떠나면서 4년간 4800만 달러(545억원)의 대박 계약을 맺었다. 캘러웨이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클리블랜드의 에이스 코리 클루버(30)는 무명이던 캘러웨이를 명장으로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평범한 투수 중 하나였던 클루버는 캘러웨이를 만나면서 야구인생을 반전시켰다. 캘러웨이는 포심패스트볼 하나였던 클루버의 구종을 관찰한 뒤 싱킹 패스트볼을 제안했다. 2010년부터 싱커를 연마했던 클루버는 새로운 구종을 장착한 2014년 클리블랜드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클루버는 지금 클리블랜드의 제1선발이다. 구속이 느리지만 제구가 좋은 3선발 조시 톰린(32), 특별한 싱커를 장착한 잭 맥칼리스터(29) 역시 캘러웨이의 작품들이다.

 캘러웨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번성했던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마지막까지 지탱한 기둥이었다. 현대는 태평양 돌핀스의 후신이자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이다. 1996년 창단해 한국시리즈를 네 차례 정복한 경인(京仁)야구의 자존심이었다. 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해 프로야구 35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실점을 줄여 승리하는 ‘짠물 피칭’은 현대 마운드의 상징이자 전략이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몰락한 ‘현대 왕조’의 마지막 3년을 캘러웨이가 지켰다. 캘러웨이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현대로 이적한 2005년부터 두 시즌 평균 15승을 수확했다. 팔꿈치 부상과 선수단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현대의 마지막 시즌인 2007년에 부진했고, 연봉 문제로 작별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외국인 에이스였다. 세 시즌 성적은 32승22패 평균자책점 3.56였다.

 구종에 관심이 많은 기교파 투수였다. 체인지업 계열의 ‘너클포크’는 직접 개발해 작명한 구종이다. 어린 시절 연습하면서 장난삼아 던진 공을 프로에서 집중적으로 연마해 위력구로 만들었다. 너클볼처럼 구부린 검지와 중지를 포크볼처럼 벌려 잡아 던진 이 공은 시속 100㎞ 수준인 너클볼보다 20㎞가량 빠르게 날아갔다. 회전하지 않고 타석 앞에서 떨어져 타자들을 애먹였다. 캘러웨이가 2009년 대만 퉁이 라이온즈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미국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구종을 개발하고 연마한 실험정신 때문이다.

 캘러웨이에 의해 조련된 투수들은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위해 올 시즌 마지막 마운드에 오른다. 첫 번째 주자는 클루버다. 클루버는 26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한다. 최근 13년 동안 1차전 승자의 우승 확률은 92.3%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