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요. 나(저)한테 왜 그랬어요?”
2005년 개봉된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주인공이 보스에게 내뱉은 명대사입니다. ‘박근혜 번역기’를 개발한 네티즌은 지난 24일 JTBC의 “최순실 PC서 ‘대통령 연설문’ 의혹 확인” 보도 영상을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이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번역기 개발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에 의해 수정됐다는 의혹을 전한 JTBC 보도를 접하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는 페북에 “박근혜 대통령님, 솔직하게 말해 (구)박근혜 번역기 개발자로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동안 누구의 말을 번역한 것입니까”라고 허탈해 했습니다.
JTBC는 이날 최씨의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개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파일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었으며 이 중 44개는 대통령 당선 이후 대국민 공식 발언이 담긴 연설문 등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번역기’는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네티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석해주는 페이지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개발자는 페북 페이지 명칭을 곧바로 ‘박근혜 번역기’에서 ‘최순실 번역기’로 변경했습니다.
최순실 연설문 수정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 최순실씨에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을 도움 받은 적 있다“라고 시인했습니다.
다음은 대통령 긴급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써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