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 상에서 남성 문인들의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한 폭로와 고발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이에에 작가회의는 해당작가들의 소명을 받은 뒤 조치를 취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에 이어 24일에는 ‘네모’(문학과지성사), ‘반복’(문학동네) 등의 시집을 낸 이준규(46) 시인의 여혐 행태에 대한 고발이 제기됐다
A씨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문지문화원에서 열리는 한 남성시인의 시 강좌를 신청했다. 첫 강의가 시작 되기 전 시인과 함께 단둘이 담배를 피울 일이 있었다”며 “‘너 섹시하다. 나랑 자서 네 시가 좋아진다면 나랑 잘래?’는 그 자리에서 그 시인이 한 말”이라고 적은 뒤 그가 이준규 시인이라고 폭로했다.
이 시인은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기억나는 일은 아닌데, 저의 지난 술버릇과 여성을 대하는 가벼운 태도로 보아, 사실로 보는 것이 맞고 그러니 인정한다”며 "저의 가벼운 말과 행동으로 인해 무거운 치욕과 분노를 겪었을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시인은 지난달 개강한 문지문화원의 가을 아카데미에서도 강사를 맡았으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강의를 폐강했다. 문지문화원 관계자는 “문지문화원이 연루된 사안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 시인이 다른 의혹을 인정하는 글을 쓰고 폐강을 요청했다. 전액 환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씨는 자신의 고교시절 강사로 있던 C소설가가 자살 운운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는 폭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박진성 시인이 아닌) B시인이 “습작생과 작가가 같이 자는 경우가 많다. 너랑 자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문단의 여혐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는 김도언 시인 겸 소설가도 도마에 올랐다. D씨는 “너는 네가 ‘문단의 개새끼들'에 안 속해있다는 듯하지만 나는 네가 그 무리에 속해있다는 걸 안다”고 공격하는 등 고발 글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 이어지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해당 작가들의 소명을 받은 뒤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회원 여러분께 삼가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SNS에 우리 회원과 조직 이름이 성추문과 한데 묶여 거명되는 사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이같이 입장을 전했다.
작가회의는 “풍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엄중한 일”이라며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킨 회원은 자격 정지 또는 제명할 수 있다'는 협회 정관을 들어 “조속하게 해당회원들의 소명을 청취해 절차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