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프로농구(KBL) 코트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매 시즌 팬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대체 외국인선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아이라 클라크(41·202㎝) 말이다. 이번 시즌도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알게 모르게 오르내리고 있다.
부산 kt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은 크리스 다니엘스의 대체 선수로 제스퍼 존슨(33)을 불러들였다. 존슨은 23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3점슛 6개를 포함해 25득점을 기록했다. KBL에서 존슨은 클라크와 함께 ‘대체 전문 선수’로 쌍벽을 이룬다. 한국에서 일곱 시즌을 치렀는데 그 중 세 시즌을 대체선수로 소화했다. 존슨의 KBL 복귀로 클라크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농구팬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째깍째깍,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사이클 페달을 밟고 있을 듯하다” “KBL 상비군” “지금쯤 톡이 올 때가 됐는데…”
농구 기사에 달리는 팬들의 댓글만 봐도 클라크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클라크는 현재 타 리그에서 활동 중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41세의 노장이지만 성실한 태도와 철저한 몸 관리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 빠른 시일 내에 선수 수급을 마쳐야 하는 각 구단의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을 줄이고 데려올 수 있는 게 바로 클라크다.
클라크는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 유니폼을 입으면서 KBL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승현(은퇴)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는 2011-2012시즌 서울 삼성 썬더스의 장신 센터 피터 존 라모스(222㎝)의 대체 선수로 다시 KBL에 다시 발을 들였다. 이후 창원 LG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13-2014시즌 트레본 브라이언트(200㎝)를 대신해 부산 kt에서 뛰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울산 모비스에서 로드 벤슨과 리오 라이온스의 빈 자리를 각각 메웠다. 그렇게 명불허전 대체용병 1순위 이미지를 굳혔다.
그는 처음 데뷔했을 때와는 달리 40대의 나이다. 팬들 사이에선 ‘클라크(Clark)’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계(Clock) 형님’이라고 불린다. 빼어난 인성과 준수한 기량, 근육질 팔뚝은 여전히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 일쑤다.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47경기에 출전했다. 전성기만큼의 활동량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경기당 평균 26분 49초를 뛰면서 15.17점 8.6리바운드 1.0블록슛을 기록했다.
농구팬들의 염원대로 클라크를 올 시즌에도 또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