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가 한국에서 10년 동안 열린다. 상금 규모면에서 초특급 대회로, 세계 톱랭커 선수들이 한국에서 기량을 겨루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CJ그룹은 2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2017년 10월 PGA 투어 정규대회 개최를 위한 협약식을 갖고 2026년까지 10년간 한국에서 PGA 투어 정규대회를 갖기로 했다. PGA 투어 이벤트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적은 있었지만 정규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공식 명칭은 ‘더 CJ컵@나인브릿지’다. 일정은 내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다. 장소는 CJ그룹이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 나인브릿지나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 둘 중 한 곳에서 열린다. 대회는 총 4라운드 스트로크 방식으로 나흘간, 컷 오프 탈락 없이 진행된다.
참가 선수는 78명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랭커 60명과 나머지 18명이 출전한다. 한국 선수가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협약식에 참가한 제이 모나한 PGA 투어 부총재는 “남은 18장의 티켓 중 10장을 한국 선수에게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상금 규모는 내년 첫 대회에선 925만 달러(약 105억원)로 확정됐다. 우승 상금은 통상 총상금의 20% 정도로 2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PGA 투어 정규 대회 상금규모가 보통 600만~700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메이저대회를 제외하고 최고 수준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CIMB 클래식'의 총상금 규모는 700만 달러였다. 이번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HSBC 챔피언스는 950만 달러다. 메이저 대회의 상금규모는 1000만 달러 수준이다.
우승자에게는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 2년간 PGA 투어 출전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국내 선수들에게는 PGA 투어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국내 선수 출전 자격은 일정 기간 대상 포인트나 상금 순위 상위 선수들에게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협약식에 참석한 김시우(21)는 “3년전 만 해도 Q스쿨(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PGA 투어로 갈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웹닷컴 투어(2부 투어)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길이 더 험난해졌다”며 “국내에서 PGA 투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선수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PGA 투어 정규 대회는 한 해 46개 안팎으로 열린다. 이 가운데 미국 영토 밖에서 열리는 대회는 5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3번째 정규 투어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PGA 정규 투어는 CIMB클래식(말레이시아)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이 주관하는 HSBC챔피언스(중국) 뿐이었다. 한국은 PGA 투어와 LPGA 투어를 동시에 개최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이달 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렸다. 따라서 내년에 국내에서 정규 대회가 열린다면 한국 골프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 개최 확정으로 국가브랜드 제고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PGA 투어는 세계 220여개국에 중계되면서 골프장은 물론 관련 산업, 개최지역 관광 랜드마크 및 국가문화까지 전세계로 전파된다. PGA 투어 사무국은 이번 대회 개최로 미디어 노출과 광고효과 등을 포함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CJ 측은 이 대회가 국가 브랜드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만 명의 관광객이 숙박과 음식, 쇼핑 등 직간접 소비를 유발하면서 큰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4년간 개최한 LPGA 대회는 한국여자골프를 세계 정상으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다. 좀 더 큰 그림을 갖고 한국골프에 이바지 하고자 한다”며 “개최지역 홍보 및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의 문화와 경제의 우수성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