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가 열린 24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리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조세 무리뉴(53·포르투갈) 감독은 과거 승리의 땅이었던 이곳에 적장으로 입성해 대패한 뒤 첼시의 안토니오 콩테(47·이탈리아) 감독을 붙잡고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악수하기 위해 마주한 콩테 감독의 왼쪽 귀에 입을 밀착하고 꽤 오랫동안 말했다. 표정은 굳었고 진지했다. 덕담을 건네거나 패배를 인정하는 것보다 불만을 표하거나 항의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콩테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말한 뒤 라커룸으로 쏙 들어갔다. 콩테 감독은 잠시 어정쩡한 자세로 무리뉴 감독의 뒷모습으로 보고 선수들이 있는 벤치로 돌아갔다. 무리뉴 감독은 무슨 말을 했을까.
이탈리아 스포츠채널 스카이 이탈리아는 당시 두 감독을 밀착한 중계방송 카메라에 무리뉴 감독의 입모양을 보고 귓속말의 내용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1-0으로 앞설 때 해야지 4-0일 때는 하지 말라. 그것은 창피를 주는 것(It’s humiliation)”이라고 추정했다.
콩테 감독은 후반 24분 은골로 캉테(25·프랑스)의 네 번째 골이 터지자 큰 동작으로 기뻐하며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유도했다. 콩테 감독 못지않게 쇼맨십이 있는 무리뉴 감독이 과거 이곳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무리뉴 감독을 여전히 지지하는 팬들이 있는 이곳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이때부터 커졌다. 무리뉴 감독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귓속말 내용을 묻는 현지 기자에게 “콩테 감독에게 한 말이다.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궁금증은 커졌다. 콩테 감독 역시 “사적인 대화”라며 둘러댔다.
콩테 감독은 그러나 “나도 축구선수였다. 경기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팬들은 너무 조용했다. 선수들을 응원하게 만들 생각으로 그랬다”며 “난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 무리뉴 감독과는 별일 없었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