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왜 재미없다고 생각하세요?

입력 2016-10-24 00:05 수정 2016-10-24 00:05
김지철(소망교회) 목사가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 개회예배에서 '왜 신학이 재미없어졌는가'를 제목으로 설교하고 있다.


‘왜 신학은 재미없어졌는가.’

김지철(소망교회) 목사는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있는 소망수양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제45차 정기학술대회 개회예배에서 이 제목(고린도전서 3장 21~23절)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오늘날 신학에는 현장이 없고, 고뇌가 없고, 논쟁이 사라지면서 매력 없는 학문으로 전락해 버렸다”며 ‘3무(無) 신학’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예수님은 당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 대제사장들과 안식일 논쟁, 정결법 논쟁 등을 통해 결국 하나님의 사랑이 ‘뒤집기’로 승리하는, 즉 ‘전복(顚覆·뒤집어엎음)의 신학’을 몸소 보여주셨다”면서 “우리 신학자들은 삶의 현장을 놓쳐서도, 치열한 신학적 논쟁을 피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둑을 둘 때 반드시 ‘복기(復棋)’를 하는 것처럼 교회 갱신을 위한 복기(자기 반성)를 위해서도 신학자들은 삶의 현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철 목사는 "한국의 신학자들이 현장성과 논쟁성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목사의 개회 예배 설교 요약.

우리가 갖고 있는 신학의 핵심은 철저하게 삶의 현장에 있는 아픔을 해결하기 위한 신학이다. 상아탑을 위한 신학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신학자들의 글들을 보면 수많은 언어적 사변 속에 있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현장이 없는 신학, 고뇌가 없는 신학, 삶의 문제들을 논쟁적으로 접근하는 신학이 아니면 그게 무슨 살아있는 신학인가. 성경에 ‘하나님은 사랑하시다’라고 말하는 명제 뒤에는 수많은 신학적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진정 사랑이시냐’ ‘하나님은 무자비하지 않더냐’ ‘하나님은 인간을 진정 사랑하시냐’ 등등. 

수많은 논쟁적 질문들 속에서 마지막에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답이 나왔다면 우리는 교회와 사회의 시대적 현장성과 맞물려서 고뇌하는 신학이어야 한다. 이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얘기만 하다가 끝날 수 밖에 없다. 신학하는 것에 대한 회의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나타나는 논쟁이다. 그 속에서 하나님은 끊임없이 뒤집기를 원하신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 대제사장들과 안식일에 대해 정결법에 대해 논쟁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논쟁을 통해 결국 하나님의 사랑이 ‘뒤집기’로 승리하는, 즉 ‘전복(顚覆·뒤집어엎음)의 신학’을 몸소 보여주셨다. 우리 신학자들은  그 속에 나타난 하나님 사랑의 뒤집기. 전복의 신학을 흡수하고 선포해야 한다.
 
다른 학문은 자신이 내내린 결론에 자신의 삶을 일치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신학은 다르다. 내가 공부한 신학이 내 삶을, 교회를, 이 시대를 규정하는 하는 것이 신학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자기반성의 능력을 상실했을 때 더 이상 ‘뒤집기’ 신학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저 삶의 기득권에 안주했을 때 교회는 타락하기 시작했다. 

교회의 현장에 신학자들이 깊이 참여해 주면 좋겠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 연약한 자를 회복시키시고 교만한 자를 끌어내리시는 ‘마리아의 찬가’처럼 신학의 놀라운 축복을 함께 경험한다면 우리에게 주신 신학의 기쁨은 충만할 것이다.

바둑은 ‘복기(復棋)’가 필수다. 복기는 자기반성이다. 복기를 해야 새로운 수가 발견된다. 한국교회는 지금 복기를 할 줄 모른다. 복기할 능력을 상실했다. 신학자들이 복기를 해줘야 한다. 신학자들이 이런 귀한 일들을 통해 신학이 매력있는 학문이 되도록 힘써 나가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