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 쏠린 눈…孫 탈당으로 ‘친문’색 강해진 민주당에 홀로 선 朴 행보는

입력 2016-10-23 16:26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탈당 이후 당 안팎의 시선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손 전 대표 탈당으로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더욱 강해졌다. 박 시장은 손 전 대표와 함께 당내 ‘비문(비문재인)’ 입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젠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말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대권행보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손 전 대표 탈당으로 얻은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 강화, 잃은 것은 대선 경선의 다양성이다.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선 관리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친문 그룹이 지도부를 ‘석권’한 상태인 만큼 비문 잠룡들의 활약이 경선 편파 시비를 가릴 결정적 근거였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와 동시에 탈당하면서 사실상 박 시장만 홀로 남게 됐다. 안희정 충남 지사는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지만 비문이라기 보단 문 전 대표의 대체제 역할, 즉 ‘구원투수’로 해석되는 한계가 있다. 김부겸 의원이 비문그룹으로 묶이지만 ‘대구 생환’ 외 원내외 존재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정도 복잡하다. 박 시장의 활약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야권 대표로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23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게 되면 대선 본선에서 매우 치명적”이라며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문 전 대표에 ‘종북 딱지’까지 얹는데 성공하면 또 ‘문재인당’ ‘종북당’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바깥 공간(제3지대)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의당이란 대선 ‘상수’도 야권 내 민주당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일단 연말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한 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귀국 후 벌어질 정계개편 논의를 지렛대 삼아 지지율 제고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박 시장과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70~80%까지 겹친다. 경선 구도에서 박 시장에 대한 당내 비토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지지율이 올라가면 반 총장 귀국 후 본격 등판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섣부른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는 27일엔 박 시장 지지자 모임인 ‘시민시대’도 대대적으로 발족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자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대한 경계의 의미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행정과정에서 가장 잘 실현한 사람이 박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약 500여명이 참여하는 일종의 자문그룹인 시민시대엔 전북과 광주, 강원, 충남 인사들이 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중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시장은 박 시장, 안 지사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역량은 상당부분 검증된 상태다. 반면 스스로 ‘잡초 인생’이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주류 여의도 정치권과 달리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점은 평가받을만 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강경 자세와 직설 화법이 얼마나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반론도 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