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흥2동 진화된 동네축제 눈길 끌어

입력 2016-10-23 01:53 수정 2016-10-23 12:56
“방금 전까지 봤던 옆집 아저씨가 큼지막한 영화 스크린의 주연배우가 되고 영화감독까지 했다는데...’
동네축제가 진화하고 있다. 친근한 이웃주민이 영화배우 주연을 하고 연출 감독 역할까지 했다는데 누구보다 인연이 깊은 일가·친척과 이웃사촌이면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평소 같으면 단돈 200원짜리 자판기 앞에서 망설이고 인색하던 옆집 아저씨도 날마다 마주치던 이들이 영화 영상에 등장한다면 무조건 객석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22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중흥 2동 평화시장길 주차장.
평소 손님들에게 “어서 오세요. 싸게 팝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굽히던 재래시장 상인 몇몇이 당당히 팬 사인회에 나섰다.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2동사무소가 주최한 ‘간뎃골 영화제와 주민대동 문화제’ 주연과 조연들이 느닷없는 유명세 덕택에 스타 반열에 등극한 것이다.
평범한 동네축제에 영화제라는 게 어색하지만 전통 깊은 백상영화제보다 화려한 ‘레드카펫’을 까는 데 이날만큼은 아무도 주저하지 않았다.

쪽빛 하늘과 단풍이 무르익은 풍성한 가을의 정서가 영화제 배경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짜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평범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광주 북구 중흥2동의 대동문화제는 여느 동네축제와 달랐다. 놀고먹고 마시고 하던 그저 그런 동네축제에서 벗어나 독특한 독립영화가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재선 또는 삼선을 위한 지방단체장의 선심성 행사와도 달랐다.
이날 동네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상영된 영화는 평소 가수가 소원이던 가정주부가 우여곡절 끝에 친구와 동료 등의 도움으로 어릴 적 꿈을 이룬다는 30분짜리 단편이다. 주연과 조연을 나눠 맡은 중흥2동 주민들의 자발적 출연 참여 속에서 크랭크인 되고 완성된 영화는 주민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문화경험을 향유하는 기회가 됐다.
양·한식 요리시식회와 벧엘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의 댄스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문화제는 난타공연과 화합줄다리기,가족노래자랑, 강강술래 등으로 5시간동안 이어졌다.
저녁노을이 축제장을 아스라이 비추던 시각, 어둠을 밝힌 영화는 짧은 상영시간보다 더한 여운을 남기며 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중흥 2동은 광주·전남지역을 대표하는 국립 4년제 대학인 전남대와 광주지역 부촌인 용봉지구, 일곡지구를 관통하는 광주의 교통 요충지로 지난해부터 개최된 대동문화제를 계기로 신명나는 동네축제의 모델이 되고 있다,
송광운 북구청장은 “전국 3488곳의 읍면동 가운데 자체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제를 개최한 곳은 중흥2동이 처음일 것”이라며 “영화 제작과정과 상영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감이 쌓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