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늦는다고…”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30대 마지막 말

입력 2016-10-22 14:09 수정 2016-10-22 15:56
서영희기자 finalcut02@kmib.co.kr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한다.” 

지난 19일 김포공항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30대 직장인이 정신을 잃기 전 남긴 말이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도시철도와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김포공항역 사고 관련 긴급 업무보고에서 사망 승객 김모(36)씨가 의식을 잃기 전 역무원에게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찾아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잠정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이다. 김씨는 당시 늑골 수대와 양팔 등이 골절된 위독한 상태였음에도 출근을 걱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김씨는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에서 제때 내리지 못하자 역무원에게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전동차를 탄 목격자는 “역에 멈췄던 전동차가 다시 출발하기 직전 김씨가 비상 인터폰을 통해 4~5차례 닫힌 출입문을 다시 열어 달라고 기관사에게 요청했고 열차 문이 열리자 나가려 했으나 스크린도어는 열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목격자는 “김씨가 손으로 스크린도어를 직접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그 사이 다시 전동차 문이 닫혀 김씨가 전동차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혔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자기 목숨보다 회사 지각을 더 걱정해야 하나” “가슴이 찢어진다”  “현실이 씁쓸하고 슬프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고인을 애도했다.

한 네티즌은 “위급한 상황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회사에 연락 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고 적었다.

한편 승강장 3-4 지점에 쓰러져 있던 김씨를 보고 119에 신고한 것은 역무원이 아닌 뒷 열차를 타고 온 다른 승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