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美 콜센터 노동자들, 두테르테 막말에 ‘날벼락’

입력 2016-10-22 14:48
20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앞서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하겠다며 폭탄발언을 내뱉은 가운데 미국 현지 콜센터에서 일하는 다수의 필리핀 출신 노동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에 따르면 필리핀 야당 의원 게리 알레하노는 최근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의 발언이 필리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알레하노는 “미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송금 규모는 전체 송금액의 3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현지의 콜센터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더 크다. ‘업무처리 아웃소싱(BPO)’으로 분류되는 이 산업의 주요 고객은 아마존이나 씨티은행 등 미국 글로벌 기업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선 이 부문 매출의 70%가 미국 기업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일자리 120만개를 만들어졌고 매출 규모도 220억 달러(약 24조9000억원)에 달한다.

두테르테는 앞서 29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마련된 교민과의 자리에서 “필리핀의 외교정책은 중국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면서 “이제 미국에 안녕을 고할 때다. 더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더 이상 미국의 군사훈련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BPO협회의 제니 이노센시오 마샬 대표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인) 고객들 사이에 동요가 있는 게 사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꼭 정책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며, 아직 어떤 이들도 떠나지 않고 있다는 말로 그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애써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