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9] 유사 사랑 구별법

입력 2016-10-21 23:22

교수님,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혼자서만 간직하다가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고백했어요. 그때는 정말 뛸 듯이 기뻤죠.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또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녀도 그런 저 덕분에 행복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하더군요. 사귀기로 하고 일주일쯤 됐을 때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겁니다. 전화기가 계속 꺼져있어요. 한참 만에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그녀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만나자고 했죠.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그만 만나자는 것이었어요.

이별의 상처도 상처지만 좌절감이 너무 커서 다시는 연애를 못할 것 같아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런 건 없다고 하네요. 다만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만 합니다. 저는 분명히 그녀도 나에게 사랑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을까요? 교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위의 글은 내가 가르친 학생이 이메일로 요청한 연애 상담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는 유독 동아리 엠티를 다녀온 후에 사귀기로 했다고 공표하는 연인이 많다. 

그런데 일주일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친구들이 “야, 연애하니까 좋냐?”라고 물으며 짓궂은 장난을 치는데 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알고 보니 그 연인은 사귀기로 한지 며칠 만에 헤어진 것이다.


유사 사랑과 진짜 사랑을 구별하는 4가지 질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것과 호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그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도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는가? 다. 사(思)량(量)이 바뀌어서 사랑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정도는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내를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가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질문은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이 지속적인가?’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나야 한다. 누군가를 많이 생각하기는 하는데 그 대상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바뀐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세 번째 질문은 ‘그 사람을 향한 내 생각이 관능적이고 성적인가? 또는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전인격적으로 알고 싶은가?‘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또 사랑을 할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수동적이다. 마치 물에 빠지듯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대부분 감정적인 경험이고 굳이 사랑의 네 가지 중 어느 부분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에로스 사랑일 것이다.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마치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린다. 자칫하면 그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사랑을 한다는 것은 능동적이다.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조절할 수 있는 상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사랑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육체적인 스킨십을 발전시키기 전에 서로 대화하고 알아 가며 우정과 흡사한 사랑(필리아)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앞서 던진 질문을 자신에게 했을 때 전자와 같은 답이 나온다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 아닌 매우 위험한 본능일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그러나 세 번째 질문에 그 사람을 전인격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라는 답이 나온다면 조심히 그 관계에 대한 발전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질문은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가 윤리적이고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인가? 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그렇다‘일지라도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비윤리적이거나 현실적이 아닌 환상에 불과하다면 그 사랑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 어이없는 사건을 접한다. 불륜을 저지른 기혼 남녀와 그 때문에 발생하는 폭행이나 살인, 비윤리적인 치정 사건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모두 서로 사랑했다고 하지만 비윤리적인 사랑은 결국 다른 사람의 불행을 전제로 한다. 

타인의 불행을 알면서도 나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면 안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윤리라는 잣대에 비추어서 검증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랑을 비춰 보아야 하는 또 하나의 거울은 현실이다. 요즘 많은 학생이 아이돌 신드롬에 빠져있다. 이들은 사랑의 대상을 아이돌 중 하나로 정하고 그 사람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이 사랑은 관능적이지도 않고 또 반드시 비윤리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현식에 근거를 둔 사랑이 아니며 자신의 상상과 비현실에 근거한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짝사랑이 실제적인 만남으로 이어진 후에 현실을 깨닫고 사랑을 끝내거나 혹은 현실을 부정한 채 그냥 결혼해 버리기도 한다. 둘 다 불행한 결말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네 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스스로 확인했다면 조심스럽게 2단계에서 3단계로 혹은 3단계에서 4단계로 진행하는 것을 고민해 보라.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용관 교수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전용관 교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매주 금요일 연재된다. 이 칼럼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혹은 사랑에 서툰 청춘들에게 훌륭한 연애 네비게이터가 되줄 것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