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체포했던 김모(34)씨를 지난 20일 석방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를 지난 19일 오전 경남 창원에서 붙잡아 조사했지만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다 증거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쯤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시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A씨(51) B씨(46) C씨(48·여)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에 투자법인 J사를 세우고 150억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뒤 투자금을 들고 잠적했었다.
김씨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박모씨의 요청으로 지난 4일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숨진 3명과 함께 총 5명이 앙헬레스의 한 주택에서 며칠을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서로 인사만 나눴을 뿐 숨진 3명이 유사수신 사기를 벌였는지, 돈이 많은지 등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10일 밤 박씨가 만날 사람이 있다며 숨진 3명을 데리고 나갔다”며 “혼자 집에 있다가 지난 13일 귀국했다”고도 진술했다.
경찰은 우선 김씨를 풀어줬지만 공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출국금지 조치한 뒤 행적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박씨를 이번 사건 주범으로 보고 필리핀 경찰과 함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9월 15일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