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올해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계절학기 수업에서 수준 미달의 과제물을 제출했는데도 정상적으로 학점 이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수업의 지도교수는 최근 ‘정유라 특혜 논란’ 등으로 사퇴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의 측근으로, 지난해 7월 이후 55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21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올해 여름 계절학기에서 의류산업학과 이인성 교수가 지도하는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을 수강하며 대체 과제물만 제출하고 학점을 이수했다. 그는 심지어 대체 과제물을 이메일을 통한 보고서 형식이 아니라 교수 개인의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기까지 했다.
애초 이 수업은 승마 체육특기생인 정씨에게 버거운 내용이었다. 이 수업은 의류산업학과 전공 과목으로 수강생들은 8월 3일~8일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열릴 한·중 문화교류 패션쇼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해야 했다. 참여도(20%), 사전 평가(10%), 사후 그룹 활동 평가(10%), 사후 개인 평가(60%)가 평가 항목이었다. 해외에 체류하며 시합을 준비 중이었던 정씨는 애초 제대로 된 수업 참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정씨에게는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기준이 적용됐다. 평가비중이 가장 높았던 작품제작 사전보고서와 제작과정 포트폴리오는 기존에 만들어진 기존 의상 1벌을 수선해 보내는 것으로 대체됐다. 정씨는 자신이 수선한 의상을 착용한 뒤 찍은 사진을 이 교수에게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이 사진에는 의상의 앞면이 첨부돼 있지 않아 기성품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가 없다.
이 교수는 중국 현지 패션쇼 참석 일정도 경기 준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정씨에게 이틀만 참석토록 허가했다. 정씨는 다른 수강생들이 모두 참석했던 사전미팅에도 불참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정씨에게 ‘패스(Pass)’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 17일 학교 간담회에서 “타과생이 관심을 보여 잘 해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통해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