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2016년 10월 셋째 주(18~20일) 전국 성인 1,018명에게
우리나라에 인공임신중절, 즉 낙태 수술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고 아는지 물은 결과 73%가 '있다'고 답했으며 17%는 '없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낙태금지법 인지율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20대 84%, 30대 88%; 60대 이상 55%) 성별로는 남성 72%, 여성 73%로 비슷했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는 낙태한 여성과 낙태하게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낙태죄'를 규정하며,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범죄로 인한 임신, 임산부나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경우 등에만 국한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법은 1953년부터 존속했으나, 199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성인의 낙태금지법 인지율은 48%, 당시 여성 중 38%가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현실에서는 거의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으로 간주되어 왔다
2010년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15~44세)의 낙태 수술 경험률 29.6%, 낙태율(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 15.8건으로 OECD 주요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낙태 금지·허용 사안에 대해 우리 국민 21%는 '보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봤으나 74%는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는 의견을 유보했다.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필요 시 낙태 허용' 의견이 우세했고, 특히 20~40대에서는 그 비율이 85%를 넘었다.
낙태 금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214명, 자유응답) '생명 존중/경시하면 안 됨'(41%), '인구 감소 우려/저출산'(35%), '낙태 남발/무분별/무책임'(9%)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753명, 자유응답) '원하지 않은 임신일 때'(31%), '강간, 성폭행 등 범죄로 임신한 경우'(18%), '미성년, 미혼 등 감당할 수 없는 경우'(17%), '개인이 결정할 문제/본인 선택'(9%), '아이 건강, 기형아 출산 문제'(8%), '낳아서 책임 못 지거나 버리는 것보다 낫다'(5%) 등을 언급했다.
낙태 금지론자들이 태아 생명권을 최우선시하는 반면, 허용론자들은 출산 후 여성과 아이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인의 53%는 낙태를 '일종의 살인'으로 봤으나 35%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며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1994년에는 78%가 '일종의 살인'이라고 답했다.
'낙태가 일종의 살인'이라는 인식은 남성(49%)보다 여성(57%), 60대 이상(65%)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낙태 금지론자 중에서는 83%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했고, 낙태 허용론자 중에서는 '일종의 살인' 45%-'그렇지 않다' 44%로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9%(총 통화 5,429명 중 1,018명 응답 완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