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복하겠다, 내가 이길 경우에만” 발언 논란

입력 2016-10-21 10: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운데)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자선 만찬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트럼프 옆은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대선 불복 방침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9일 3차 TV토론에서 대선 불복 방침을 밝혔던 트럼프는 이튿날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불복 의사를 천명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가진 유세에서 “나는 대선에 전적으로 승복할 것이다. 단 내가 이길 경우에만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앨 고어 전 부통령 간 대결이 펼쳐졌던 2000년 대선 사례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당시 앨 고어는 대선에 승복하지 않고 몇 주나 버텼던 적이 있다”면서 “고어의 요구로 재검표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역시 의심을 살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 권리를 남겨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도 네바다주 레노에서 가진 유세에서 “나 또한 선거 결과가 문제가 있을 경우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트럼프와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전날 TV토론에서도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때 가봐야 안다.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애간장을 태우도록 내버려두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트럼프의 대선 불복 언급은 미국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당신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유예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대선 승복은 미국 국민에 대한 존중이자 미국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첫째 덕목”이라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