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만큼이나 무자비한 필리핀 경찰의 시위 진압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다 흥분해서 자행되는 폭력은 그렇다 해도 차량을 이용해 시위대를 깔아뭉개는 모습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러시아투데이(RT)가 19일(이하 현지시간) 유튜브에 공유한 영상입니다. 이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트럭 한 대가 갑자기 시위대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후진합니다. 시위대는 놀라 피하려는데 미처 피하지 못한 일부는 차에 받히거나 치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대 일부가 차량 앞을 막아서자 이번에는 빠른 속도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합니다.
몇몇 사람은 피하지 못하고 차량에 깔렸습니다. 특히 연두색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은 제대로 피하지 못한 채 2~3미터를 차 아래에서 끌려갑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이 남성은 차가 후진하자 재빨리 일어나 피합니다.
이 경찰 차량은 그 후로도 계속 전·후진을 반복하며 시위대를 위협합니다. 현지 언론은 경찰차량을 이용한 폭압적 진압으로 인해 3명이 중상을 입었고 10여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제목에서 표현됐듯 폭력적인 시위 진압 모습이 영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은 영상을 플레이하지 마세요.
영상에선 경찰이 시위 현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에게 진압봉을 휘둘러대는가 하면 차량 탑승자를 진압방패로 내리찍는 모습도 보입니다. 심지어는 경찰이 항의하는 아주머니의 뺨을 때리고, 차에 탄 채 겁에 질려 있는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80~9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한국의 전투경찰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입니다.
영상을 본 다수 네티즌들은 “어이없다”거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목적이 옳다면 방법은 문제 안 된다는 식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와 닮았다”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