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만든 더블루케이의 법적 대표이사인 최모(56) 변호사가 “회사는 매월 2000만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공식적으로 K스포츠재단 돈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최씨의 개인회사다. 대기업들이 288억원을 출연해 세운 K스포츠재단의 자금이 더블루케이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문자메시지 인터뷰에서 “회사가 수입은 없고 매달 적자가 누적돼 영업할 사람을 늘리던지 문을 닫는 게 낫겠다고 (최씨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정치권이 제기한 자금세탁·유출 의혹에 대해 “마치 내가 전혀 모르는 유령회사가 있는 따로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3월부터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씨가 최 변호사를 찾아와 “주변 사람들이 계약 등 법적 절차를 잘 모르고 업무진행을 매끄럽게 못 한다”며 더케이블루 합류를 제안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최씨의 측근이자 더블루케이 등기이사인 고영태(40)씨에 대해 “펜싱 선수 출신이라 스포츠쪽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걸로 알지만, 업무 내용은 나도 잘 모른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최(순실) 사장님에게 고(영태) 상무를 조심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최씨는 “나도 잘 모른다. (고씨) 업무감독을 좀 해라”고 답했다고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더블루케이 대표이사 “여사장이 최순실인지도 몰랐다”
최모(56) 변호사는 ‘딸을 독일에 스포츠유학 보낸 여사장’의 부탁을 받고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에서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여사장은 “유럽에 자녀를 유학시키려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라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를 독일에 만들도록 도와 달라”고 최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여사장을 만났기 때문에, 최 변호사는 이 여사장이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였다는 것을 최근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나 역시 궁금한 게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의뢰를 받은 뒤 교민의 자제인 독일 변호사를 최순실씨에게 소개했다. 그는 최순실씨 부탁을 받고 지난 3월 14일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의 법무이사로 취임해 스포츠유학, 전지훈련 등 사업을 도왔다. 2주 만인 같은 달 29일 대표이사가 돌연 사임하자 대표이사 자리에 앉게 됐다. 이후 매니지먼트 계약이 체결돼 있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장애인 펜싱선수단의 해외 전지훈련 준비 일을 맡았다.
최 변호사는 더블루케이 대표이사로서 자신이 아는 한 K스포츠 재단의 기업 모금과 관련된 비리 의혹,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 지원 의혹 등은 생소하다는 입장이다. 자금 지원은커녕 매월 2000만원 내외의 적자를 봤다고 강조했다. 수입 없이 적자만 누적되자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의견까지 피력했고, 지난 7월 결국 사임했다. 그의 사임은 아직 정식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4개월 남짓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더블루케이의 모든 업무를 깊이 파악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매일 회사에 나간 게 아니고 계약 등 업무가 있는 때 들러 잘 모른다”고 했다. ‘잘 모른다’고 답한 것 중 하나는 최순실씨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40)씨 부분이다. 최 변호사는 대표이사로 있을 때 사내이사였던 고씨에 대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최순실씨가 최 변호사에게 “(고씨의) 업무감독을 하라”고 말했지만, 스포츠 분야를 잘 몰라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고영태씨는 ‘고민우’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말 기존 회원들에게 더블루케이를 신입회원으로 소개하며 최 변호사를 대표로, ‘고민우’를 상무이사로 알렸다. 최 변호사는 고씨가 더블루케이에 앞서 유사한 목적의 광고·스포츠마케팅 회사 ‘코어플랜’을 운영했다는 사실(국민일보 10월 20일자 1면 보도)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고씨가 왜 다른 이름으로 활동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해외에 체류 중인 최 변호사와 국민일보 간 인터뷰는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그는 “언론보도를 접하면 마치 내가 전혀 모르는 유령회사가 따로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독일 회사(더블루케이 독일법인)로 재단(케이스포츠)에서 자금이 갔는지 궁금하다” “재단의 자금 유용 여부는 계좌추적으로 확실히 밝혀질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더블루케이 대표 “최순실에 ‘고영태 조심’ 조언”
입력 2016-10-2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