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4145명 24억1000만원 털렸다

입력 2016-10-20 09:16
인천지방경찰청은 중국 연길에 사무실을 두고 몸캠피싱 및 조건만남 빙자 사기 행위로 4145명으로부터 24억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범죄조직의 국내 총책 등 19명을 검거해 이중 2명을 구속하고, 중국 총책에 대해서는 인터폴 국제공조를 통해 수배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26일쯤 중국 연길에서 홍콩에 서버를 두고 조건만남 알선 사이트를 개설한뒤 사이트와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조건만남을 알선하는 것처럼 속여 선불금·보증금·환불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받아 가로채거나 모바일 채팅 어플을 통해 화상채팅으로 조건만남의 여성인 것처럼 속여 음란행위를 유도한 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화면이 잘 안 보인다’ 등의 핑계로 악성코드를 설치하게 한 뒤 휴대전화상의 개인정보를 빼내 지인들에게 자위영상 등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해 6월 26일부터 지난 4월 17일까지 10개월 동안 4145명으로부터 24억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중국 총책 박모씨와 고향친구인 국내 총책 문모씨 등은 통장 모집 및 피해금액을 인출해 중국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대포폰을 사용하며 위챗으로 중국 총책 박모씨의 지시에 따라 서울, 경기, 부천 일대를 오가며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통장모집책들은 범행에 사용될 통장을 모집할 때 하루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수당을 약속한 뒤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명의자들에게 ‘대출받기 위해 통장을 보내준 것이다’, ‘구인광고를 보고 월급 통장으로 사용할 것을 보내달라고 했다’라고 거짓진술을 하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통장을 모집했다.

 통장명의자들은 경찰에서 하루에 5만원~30만원까지 받기로 했으나 실상은 총 15만~45만원 밖에 받지 못했고, ‘돈이 필요해 하루에 5만~30만원을 준다고 해서 빌려줬는데 돈도 못 받고 전과자만 되게 생겼다’고 진술했다. 

 일부 통장 명의자들은 중국총책이 지시한대로 경찰서에서 진술함으로써 통장 대여 혐의를 벗어나려고 한 정황도 발견됐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성매매를 하려고 돈을 보냈다가 피해를 당한 것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계획적·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이버금융사기 조직에 대해 금융계좌 추적 등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이나 구인·구직 관련해 통장을 요구할 경우에는 대부분 사기에 사용되는 통장을 모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절대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