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찾아와 무릎 꿇고 사죄한 일본인 할아버지 "뭉클"

입력 2016-10-20 00:01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팔순을 앞둔 한 일본인 교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19일 ‘제125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 세이신여자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엔도 도루(78)교수가 방문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앞에 서서 "저는 일본인입니다"라고 밝힌 엔도 교수는 "일본이 과거 한국분들께 셀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해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사죄하러 왔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사죄문을 읽은 엔도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엔도 교수는 사죄문을 통해 "일본인이 여성들을 지옥으로 몰아낸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생각할 때, 저는 몸이 떨린다”며 “일본군 위안부가 되신 분들에 대해서 흐느껴 슬퍼하며 손을 모아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서도 비판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 아베 총리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구는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께 진실로 사죄하지 않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엔도 교수는 또한 '소녀상은 일본이 철거를 요구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안부 분들로 부터 그 사과가 받아들여졌을 때 철거해야 순리에 맞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소한 일본 국민이 과거에 행한 무수한 폭력과 잔학에 대해,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에 이끌려 이 곳 한국을 찾아뵙고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난을 조금이라도 함께 느끼고 싶었다”며 “하나님과 여러분 앞에서 손을 모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30년간 철학을 가르쳐온 엔도 교수는 일본 성공회 요코하마 교구에서 신앙생활을 해왔다.

대한 성공회에 따르면 엔도 교수는 이날 아침 8시께 소녀상 앞에 도착해 혼자 사죄 기도를 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 아가페를 많이 연구해왔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은 존중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네티즌들은 “양심 있는 지성인 교수님의 용기 있는 행동에 존경심을 갖게 된다”며 진정한 사과는 마음의 분노와 상처를 녹인다. 할머니들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엔도 교수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유시경 신부와 함께 화성 제암리교회, 파고다공원, 서대문형무소 등 일제의 만행에 관한 장소들을 방문했다가 이튿날 일본에 돌아갈 계획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