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NC 다이노스의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음주운전 적발에 따른 징계로 1차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투수 이재학마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빨 빠진 공룡과 다를 게 없다. 거의 송곳니와 어금니를 하나씩 잃은 셈이다.
NC는 19일 이재학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C 구단 측은 “수사와 관련한 논란을 야구 축제의 장으로 가져오는 것은 팬 여러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2승 4패에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한 이재학은 3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은 토종 투수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자체 청백전에 나서며 몸 상태를 점검했지만 결국 가을야구 마운드에 설 수 없게 됐다.
물론 이재학이 1차전 선발투수로 나올 가능성은 적었다. 사실상 에릭 해커나 재크 스튜어트 두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의 몫이다. 문제는 이재학의 부재로 선발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단기전 승부에서 선발진 3명과 4명의 차이는 크다. 당초 NC는 해커-스튜어트-이재학-최금강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예상됐지만 3선발 체제로 플레이오프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1차전을 앞두고 NC는 연이은 악재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테임즈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테임즈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율 0.321 40홈런 121타점 118득점 장타율 0.679 등을 기록해 여전히 강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타율 0.333 3홈런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40으로 강했다.
게다가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까지 연이어 승승장구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승 1패로 NC를 꺾었다. 가을야구에서 NC를 상대로 자신감이 넘치고 넘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투수뿐 아니라 불펜투수들의 활약도 좋았다. 루이스 히메네스를 비롯해 타격에서 부진했던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정규리그 맞대결 전적에서는 NC가 LG에 9승 1무 6패로 앞선다. 2차전부터는 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이 버티는 공포의 핵타선을 가동할 수 있다. 하지만 1차전만 따지고 보면 분명 난관에 봉착한 건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이 사이사이 빠져버린 공룡 이빨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창원 마산구장에서 21일부터 시작한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는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