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로벌 펌프 회사를 다녀와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3학년 유승민
필자는 평소 물 관련 현안에 관심이 많아 물 산업 관련 언론사에서 일을 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대구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태평양 대학생 물 의회 참가는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독일 방문의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부와 한국물포럼이 주관한 올해 아시아 태평양 대학생 물 의회는 25개국으로부터 미래의 주역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모여 글로벌 수자원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었다.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청년들과 함께 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글로벌 물 환경에 대한 토의하는 기회와 함께 국경을 넘은 우정을 쌓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번 독일 방문은 아태 대학생 물 의회 후원사 중 하나인 윌로재단으로부터 윌로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하며 기회가 주어졌다. 4년 연속 후원을 이어나가고 있는 윌로재단은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펌프 기업인 윌로그룹(WILO SE)의 사회공헌재단으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CSR 활동뿐만 아니라 문화·교육·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우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독일 현지에서 선진 기술과 문화를 체험하는 특전을 제공했다.
필자는 윌로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의 대학생 2명과 함께 지난 9월 4일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독일에서의 5박 6일 동안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윌로그룹의 첨단 연구소와 생산시설, 트레이닝 센터, 수처리 시설 등을 직접 체험했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관리와 검사로 전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자부심과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대화와 교류 기회는 독일의 선진 사회 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Apprenticeship’으로 불리는 도제제도와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었다.
실제 펌프 생산시설 현장에서 만난 앳된 모습의 학생들이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로부터 제조 기술을 전수 받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서는 이 도제제도를 통해 13년의 의무 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이 선택한 직종에 따라 3년에서 6년 정도 실무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현장체험을 넘어서 현직에 있는 기술자들과의 직접 교류를 통해 경험이 축적된 살아 있는 기술을 배워가는 모습은 여러 면에서 우리의 인턴 제도와 비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여러 그룹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것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자긍심이 높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생산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견학 방문객들과 현지 전문기술대학 학생들 모두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그들은 여느 사무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노력을 거쳐 갖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정교한 기술력에 대해 모두가 진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도 독일처럼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차별 없이 서로 존중하고 이끌어 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이상 부럽지 않은 곳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 개인과 기업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작은 부분부터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여행의 시작이었던 아태 대학생 물 의회에서 들었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짐 콜린스 교수의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맺고자 한다. “한 번의 큰 노력보다 일관성 있는 작은 노력이 위대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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