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은 지난 18일 의무고발권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CJ대한통운과 등산 전문업체 에코로바를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올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지적이 있자 중기청이 의무고발요청제를 뒤늦게 사용한 것이지만 이마저도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된 의무고발요청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한 사건에 대해 중기청 등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고발 요청하면 공정위가 검찰총장에게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중기청은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 시행이후 198건 중 9건만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들은 “중소기업 권익을 위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기청의 굼뜬 대응을 비난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크레인 운송용역 위탁과 관련해 하청업체인 케이엘에스에게 서면지연 및 미발급, 부당한 위탁 취소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재발금지명령을 받았다. 중기청은 케이엘에스가 입은 피해가 크고,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 판단해 고발을 결정했다. 케이엘에스가 입은 피해는 36억에 달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해 6월 11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를 수용해 재발방지와 내부 준법경영 제도 정비 등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향후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도급대금 지급 및 미지급 등 하도급법을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5400만원 과징금을 받은 에코로바도 고발 조치됐다. 에코로바는 등산화 제조를 위탁하면서 수급업자 이지스포츠에 9억5200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중기청에 따르면 에코로바는 2012년 이지스포츠가 납품한 등산화 2만 켤레에 대한 하도급대금 4억6000만원 중 2억500만원을 최대 1개월 이상 늦게 지급했다. 또 추가로 납품하기로 된 등산화 4만 켤레에 대해서는 납품 지연을 이유로 이메일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했다. 이로 인해 이지스포츠는 그해 자금난을 겪다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중기청은 “앞으로 의무고발요청권을 더욱 활발하게 행사해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위법행위에 깊이 관여한 책임자들도 적극 고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청이 중소기업에 큰 피해를 준 사건은 정작 고발하지 않아 변죽만 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나 LG유플러스의 시장지배력사업자 지위남용 행위,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GS홈쇼핑 등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으로 중소기업 경영에 타격을 준 사건은 고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청 담당자는 이에 대해 “아직 조사 중이라며, 고발할지 안할지는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