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담을 요청한 중3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갔나” 인천 중3 투신자살은 복합적인 요인

입력 2016-10-19 14:10 수정 2016-10-19 21:55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급생으로부터 댓글로 비아냥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3 남학생이 지난 12일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9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교 3학년생 A(15)군은 스스로 경찰에 요청해 지난 12일 외부기관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결과 학교문제, 가정문제, 개인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SNS 상에서의 다툼은 1개월전에 일어난 일로 이후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이 경찰에 제출한 녹취파일에는 지난달 같은 학교 다른 반 동급생인 B(15)군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심한 욕설이 담겨 있다.

유족이 경찰에 제출한 휴대전화 녹취파일에는 B군이 “싸우자 그냥. 왜 까불어 짜증 나게. 엄마 없잖아. X새끼야. 엄마도 없는 애가 까부냐고. 아비랑 왜 같이 살아. 아빠랑 같이 합의금 사기 치니깐 좋아”라고 A군에게 퍼붓는 목소리가 담겼다.

A군은 위축된 음성으로 “왜 싸워야 하느냐”고 대답했다.

B군은 “학교 가기 전에 동인천 북광장에서 내리지. 내가 그리로 갈게. 너 때리러 간다니깐 X신아. 내가 애들 데리고 갈 테니까 합의금 더 받고 싶으면 애들한테 맞든가 학교 가서 신고해. 경찰서에 가든가. 합의금 그런 거 안 무서워. 나 빵(구치소)에 가면 되니깐”이라고 또 몰아붙였다.

유족들은 A군이 이전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을 당해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도 끝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폭력에 시달리던 A군은 지금의 학교로 전학가기 전인 올해 4월 혼자 경찰서에 찾아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인근 병원에 열흘간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부검을 위해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방침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국민일보의 한 독자는 기자에게 보낸 E메일 통해 “이번 중학생의 자살사건은 정부 교육청 학교 경찰 모두가 공범”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며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얼마나 안일한 자세로 그들이 대응하고 있는지 수도없이 보아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른 곳의 실정은 몰라도 인천은 최악”이라며 “면피하기 위한 행정이 대부분이어서 모든 것이 피해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신고를 받고도 소홀했던 모든 기관과 책임을 떠넘기는 학교 및 기관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