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시카고 컵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열세로 돌아섰다.
컵스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원정경기에서 LA 다저스에 0대 5로 완패했다.
선발투수 제이크 아리에타가 5이닝 6피안타 4실점해 무너졌고, 타선은 안타 4개를 뽑았을 뿐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컵스의 1승2패. 7전4선승제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컵스는 앞으로 2패를 더하면 탈락한다.
컵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0개 팀 중 유일하게 6할대 승률(0.640)을 찍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103승58패로 우승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짝수 해에 유독 강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3승1패로 승리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의 마지막 관문이자 내셔널리그 통합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챔피언십시리즈의 높은 벽은 이번에도 컵스에 호락호락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컵스는 1945년부터 71년 동안 챔피언십시리즈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월드시리즈가 열렸던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홈구장 리글디필드로 염소를 동반한 관중이 입장을 거부당하면서 “이곳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퍼부은 악담을 계기로 ‘염소의 저주’가 생겼다.
몇 번이나 저주를 깰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실력보다 분위기에 휘말려 좌절한 사례도 있었다. 2003년 챔피언십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해 10월 14일 리글리필드에서 아웃카운트 5개만 잡으면 월드시리즈로 진출할 수 있었던 컵스는 시리즈 전적 3승2패, 스코어 3-0으로 앞선 8회초 1사 때 외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파울플라이 타구를 안방 관중에게 빼앗겨 흐름을 놓쳤다.
그 이닝에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에 8실점하고 역전패한 뒤 마지막 7차전에서 6대 9로 져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8년. 무관은 올해로 108년째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오는 20일 시작하는 4차전부터 2연전은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다저스의 홈경기다. 컵스는 여기서 1승 이상을 수확해야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
컵스는 4차전에서 존 랙키, 다저스는 훌리오 유리아스를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